[15분 챌린지] 선택
점심 메뉴를 고르는 아주 사소한 순간부터 인생의 향방을 결정하는 거창한 순간까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이건 내가 원해서 결정한 거야’라고 말이죠. 하지만 가만히 멈춰서 자문해 봅시다. 그 선택은 정말 온전한 당신의 것인가요? 아니면 당신이라는 시스템에 미리 입력된 데이터에 따른 ‘자동 응답’인가요?
우리의 뇌는 거대한 알고리즘과 비슷합니다. 유튜브가 내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기가 막히게 추천해 주듯, 우리의 판단도 과거의 경험이라는 데이터에 지배받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께 들었던 칭찬과 꾸중, 학교에서 배운 도덕적 기준,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지 않으려 애썼던 기억들이 층층이 쌓여 ‘나라는 필터’를 만듭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택했다면 그것은 본인의 순수한 의지일까요? 어쩌면 어린 시절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거나, “안정적인 게 최고다”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수천 번 들으며 자란 환경이 만든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위험한 도전을 즐기는 사람 역시, 과거에 무언가 시도했을 때 얻었던 짜릿한 보상의 기억이 뇌 회로에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과학적으로도 우리의 뇌는 자주 다니는 길을 더 넓은 도로로 닦아 놓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를 ‘신경 가소성’이라고 하는데, 한 번 만들어진 생각의 길은 마치 내비게이션처럼 우리를 익숙한 방향으로만 안내합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이미 프로그래밍된 대로 움직이는 로봇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차피 내 환경과 과거가 내 선택을 결정한다면, 나에게 자유가 있긴 한 걸까?”라는 허무함이 들 수도 있죠.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가끔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빠른 길을 무시하고, 일부러 좁고 험한 골목길로 핸들을 꺾을 때가 있습니다. 모두가 “그건 안 돼, 위험해”라고 말할 때, 혹은 내 안의 본능조차 “편한 길로 가”라고 속삭일 때, 우리는 굳이 불편하고 힘든 길을 선택하곤 합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눈앞의 맛있는 케이크를 참아내거나, 피곤해 죽을 것 같은 퇴근길에 운동화 끈을 묶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이런 순간들은 단순히 ‘입력된 데이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만약 우리가 환경에 휘둘리기만 하는 존재라면, 인류 역사상 그 어떤 혁신이나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노예 제도가 당연했던 시대에 자유를 외쳤던 사람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운명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한 수많은 자수성가 부자들은 ‘정해진 길’ 밖으로 걸어 나간 이들입니다.
결국 인간은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갇힌 존재도 아닙니다. 우리는 ‘나’라는 이름의 일정한 틀 안에서 살아가지만, 그 틀의 벽을 두드리고 조금씩 넓혀갈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우리는 거센 강물 위에 떠 있는 배와 같습니다. 강물의 흐름(환경과 과거)은 우리가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배의 키(의지)를 어느 방향으로 돌릴지는 오직 사공인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강물에 몸을 맡긴 채 떠내려갈 수도 있고, 비록 느릴지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노를 저어 나갈 수도 있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나는 왜 이 모양일까" 혹은 "내 운명은 정해졌어"라는 체념이 아닙니다. 비록 내가 가진 데이터가 편향되어 있고 내 환경이 나를 속박할지라도,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선택하느냐가 핵심입니다. 남들이 시켜서 하는 선택이 아니라, 비록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이건 내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야"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 마음가짐 말입니다.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그 고민과 망설임은 당신이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정해진 운명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어도, 적어도 어제보다 조금 더 나다운 방향으로 핸들을 꺾을 수는 있습니다. 그 한 뼘의 차이가 결국 당신의 인생이라는 지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입니다. 무엇을 선택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이 그 선택의 주인이 되기로 마음먹는 그 찰나의 결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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