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챌린지] 사업을 하려는 이유
스물둘 혹은 스물셋. 남들이 토익 교재를 가방에 넣고 ‘스펙’이라는 보이지 않는 성벽을 쌓을 때, 저는 3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자영업이라는 거친 벌판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다시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와 강의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제 주변을 감싸는 공기는 묘하게 이질적입니다. 저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반으로 쪼개진 사과처럼 극명하게 갈립니다. 누군가는 "그 어린 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었으니 대단한 자산이 될 거야"라며 엄지를 치켜세우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안쓰럽다는 듯 혀를 찹니다. "결국 안 돼서 돌아온 거잖아. 남들보다 3년이나 뒤처졌는데 취업은 어떡하려고 그래?"
냉정하게 말해, 후자의 걱정이 틀린 건 아닙니다. 숫자로만 따지면 저는 명백한 ‘지각생’입니다. 동기들이 졸업 가운을 입고 꽃다발을 들 때 저는 여전히 전공 서적과 씨름해야 할 것이고, 남들이 닦아놓은 탄탄한 아스팔트 도로 대신 풀숲이 우거진 뒷길을 헤맨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3년의 시간을 단 1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제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황금기’였다고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 시간 동안 단순히 ‘어떻게 돈을 버는가’라는 기술적 문제보다 훨씬 중요한,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라는 존재의 본질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머물고 있는 대학교는 흡사 거대한 병영이나 전쟁터 같습니다. 강의실 안은 교수님의 농담 한마디조차 놓치지 않으려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뜨거운 열정의 끝자락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들 비슷한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좋은 학점이라는 입장권을 얻어, 이름만 대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대기업의 문을 통과하는 것. 옆자리에 앉아 웃으며 필기를 빌려주는 친구는 함께 성장할 동료라기보다, 내가 밟고 올라서야만 내 등수가 올라가는 ‘잠재적 경쟁자’에 가깝습니다.
이런 풍경 속에서 저는 조금 유별난 이방인처럼 행동합니다. 시험 문제에는 절대 나오지 않을 최신 비즈니스 트렌드 리포트를 탐독하고, 수업 내용을 들으며 ‘이 지식을 실제 사업 현장에서 어떻게 마케팅으로 녹여낼까’를 끊임없이 메모합니다. 남들이 취업이라는 좁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스스로의 개성을 깎아내고 있을 때, 저는 저만의 견고한 성을 쌓기 위해 매일 뜨거운 가마솥에서 벽돌을 굽고 있는 셈입니다.
많은 이들이 제게 묻습니다. "그 고생을 하고도 왜 또 사업이야? 그냥 편하게 남들처럼 회사 다니면 안 돼?"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는 ‘취업’과 ‘창업’의 근본적인 차이를 곰곰이 따져보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취업은 이미 멋지게 지어진 기성복 매장에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에는 수만 개의 회사가 있고, 그중에서 그나마 내 몸에 잘 맞을 것 같은 옷(회사)을 골라 나를 그 옷에 억지로 맞춰가는 과정입니다. 소매가 너무 길면 팔을 걷어붙이고, 허리가 너무 크면 벨트를 꽉 졸라매며 "나는 이 옷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설득해야 합니다. 실제로 한 통계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27%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이는 많은 청년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남의 옷’을 입고 견디다 결국 숨이 막혀 뛰쳐나온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반면 사업은 세상에 없던 옷을 내 몸의 곡선에 딱 맞게 직접 재단하는 일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 내가 꿈꾸는 세상을 ‘회사’라는 구체적인 결과물로 빚어내는 과정이죠. 그래서 사업은 단순히 통장 잔고를 늘리는 수단이 아닙니다. 사업은 곧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세상에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입니다.
역사적인 사례를 볼까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만든 것은 단순한 통신기기가 아니었습니다. ‘미니멀리즘과 인문학적 감수성을 사랑하는 고집불통 천재 스티브 잡스’ 그 자체를 제품으로 구현한 것이었죠. 만약 그가 자신의 성질을 죽이고 IBM 같은 대기업에 취업했다면, 우리는 오늘날의 아이폰을 결코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는 자신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회사)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일찍이 깨닫고, 스스로가 그릇이 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3년간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깨달은 것은, 저라는 사람은 누군가 정해놓은 매뉴얼과 틀 안에서는 결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직접 설계한 세상에서, 제가 믿는 가치를 고객들에게 팔며 살고 싶습니다. 그것이 비록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시밭길일지라도, 남의 옷을 빌려 입고 불편하게 걷는 꽃길보다는 훨씬 자유롭고 가슴 뛰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창업이란 거창한 인공지능 기술이나 막대한 투자 자금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세상의 어떤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은가?" 혹은 "나는 어떤 세상을 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진심으로 답하고, 그 답을 실천에 옮기는 것입니다. 내가 만든 작은 서비스가 누군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내가 만든 제품이 단 한 명의 삶이라도 더 즐겁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입니다.
세상에 이런 '자기만의 진심'을 가진 창업자들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요? 단순히 숫자로만 평가받는 기계적인 회사들이 아니라, 주인장의 철학과 애정이 듬뿍 담긴 개성 넘치는 가게와 기업들이 골목마다 가득해진다면 말입니다. 아마 지금보다 훨씬 다채롭고, 사람 냄새 나는, 정말이지 '살맛 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저는 오늘도 학교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남들과는 조금 다른 꿈을 꿉니다. 제 시계는 남들보다 3년 늦게 가고 있을지 모르지만, 제 마음속 나침반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나'라는 목적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저는 다시 사업을 시작할 것입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시 '나다운 삶'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다시 강의실 문을 박차고 세상이라는 진짜 전쟁터로 나갈 이유이자, 제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시계는 지금 몇 시를 가리키고 있나요? 그리고 여러분의 나침반은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남들의 속도에 맞추느라 정작 가장 소중한 '나'를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멈춰 서서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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